12월 8일 토욜 보라카이로 신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보라카이의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들에 맘이 다시 설레이네요.
정신없이 결혼식을 마치고 부산 김해공항에서 도착했습니다. 티켓팅이며 잘 몰랐는데 천생연분에서 직원분들이 나와 잘 알려주시더군요. 비행기 탑승 전 담배피우는 신랑 때문에 잠시 옥신각신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출발할때의 부산은 어느덧 짙은 어둠이 깔리고 거리의 불빛만이 세상을 밝혀 비행기가 붕~하고 하늘을 날았을때 아래의 경치는 정말 쳐다보기 아까울만큼 감미로웠습니다. 퍼시픽항공은 좀 좁았드랬습니다. 처음 먹어보는 기내식도 좀 기대했었는데 맛이 별로였어요.
한숨 자기도 하고 머리핀뺀다고 난리법석을 좀 떨기도 하고,, 세시간 반의 비행이 끝나고 드디어 마닐라 도착!!!!
한시라도 빨리 숙소에 도착하고 싶은 맘에 우르르 몰려 나오는 사람들 틈에서 막 뛰어 나왔는데 우리 짐은 늦게 늦게 아주 늦게 돌아나왔어요.
조금 후끈한 공기를 맞으며 보라카이 공항을 나오니 가이드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근데 암만 둘러봐도 저희 이름은 없더군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저희 보다 늦게 나온 사람들은 하나둘 가이드를 만나 공항을 빠져나가는데 저희들 가이드는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중 한국인 가이드가 곤란한 저희를 지켜보더니만 가지고간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아봐주더군요. 가이드가 공항을 잘못 찾아서 좀 늦을 것같다고 기다리면 올꺼라구요. 솔직히 맘이 좀 안좋았습니다. 신혼여행 스타트가 기다림부터라니요. 한시라도 아까운 판에. 하지만 어쩔수 없었죠. 기다리는데 화장실이 가고 싶어 들어갔다가 남자화장실로 잘못 들어간 나-_- 변기가 여자 화장실이랑 틀려 이상해서 나와 확인하니 여자 화장실은 저멀리 떨어져 있나이다. ㅎㅎ
근데 저희 신랑은 갑자기 소리를 꽤액 지릅니다. 야임마 니 지금 어디 들어가노!!! 아니 화장실 한번 잘못들어간게 무슨 큰 죄라고 그렇게 사람들 많은데서 소리를 지르다니요. 나는 순간 이사람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싶었습니다. 연애 7년차에도 그런 모습 한번 보이지 않던 사람이 결혼한 순간 바로 바뀌다니요. 성질 내는 신랑을 보며 내가 이 꼴을 당하려고 결혼식장에서 우리 엄마 울려가면서 이렇게 힘들게 결혼했나 싶은게 정말 서러웠습니다. 낯선 땅에 내가 믿을 사람이라고는 신랑밖에 없는데 그런 신랑이 내게 별일도 아닌 일로 성질을 내니 외톨이가 된 기분에 펑펑 울었습니다.
신랑한테 나중에 들어보니 신랑은 안그래도 가이드가 늦게 나와 열이 받은 상탠데 내가 멋도 모르고 남자화장실로 버젓이 들어가고, 신랑 옆에 있던 마닐라 사람이 헤이헤이 하면서 손가락으로 내가 화장실로 들어간다고 빨리 가보라고 손짓은 하지, 근데 짐은 켜켜이 쌓아져 있어서 이동도 못하지... 나름 답답한 마음에 소리친것이라 합니다.
모든 것이 가이드 탓같았습니다. 늦게 늦게 도착한 가이드는 계속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했지만 늦게 온 탓에 저희는 처음부터 싸움을 했으니 둘다 맘이 쉽게 풀릴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가이드랑 계속 같이 다녀야 하는 입장인지라 화를 또 안풀면 어쩌겠습니까. 숙소에 도착해서 가이드는 가고 둘다 남았습니다. 좀전 일도 있고 해서 맥주한잔 하고 잘까 싶어 일단 로비로 내려갔습니다. 맥주를 살수 있는데가 어디있냐고 손짓발짓으로 물으니 호텔 보이중 한사람이 자기가 같이 가주겠다고 합니다. 오 땡큐땡큐를 하면서 찾은 세븐일레븐. 영어도 안되고 가이드도 없는 상황인지라 계산이며 거스름돈이며 다 보이에게 맡겼었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한국에 와서 영수증을 챙기다 보니 그 보이가 저희 돈으로 복권을 구입했는거 아니겠습니까. 어쩐지 참 친절하다 싶더라니. 난중 1달러 팁까지 줬었는데.
그렇게 마닐라에서의 하룻밤이 지났습니다.
다음날 일요일 아침,
센트리팍 호텔에서 묵고 아래 식당에 가서 뷔페를 먹었습니다. 계란후라이도 있고 각종 과일도 있고 맛이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2/3가 한국사람이였습니다. 여기저기 들리는 한국말 ㅋㅋㅋ 익숙함과 친근함
그리곤 보라카이로 가는 경비행기를 탔습니다. 안개가 비행기 안으로 스며들어오는 광경이 신기했습니다. 보라카이는 아시다시피 필리핀의 작은 섬입니다. 공항에서 내려 또 통통배를 타고서는 드디어 보라카이에 도착했습니다. 바퀴가 달린 짐은 우리가 끌어도 되는데 부두에 모여있던 젊은이들이 앞다투어 오더니만 저희 짐을 어깨에 딱 짊어지고 오토바이를 개조한 차에 딱하니 실어주는게 아니겠습니까. 일달러씩 주는 우리의 팁이 그게 그 사람들의 수입이랍니다. 보라카이에서 만난 가이드는 늦지 않고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신랑이름을 좀 웃기게 틀리긴 했지만^^ 거기서는 도동이라는 현지인 가이드와 한국인 가이드가 저희의 일정을 책임질것이라고 하더군요. 도동이 현지 가이드는 실제로는 가이드는 아니고 사진기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입니다. 사진을 무척이나 잘 찍더군요. 친절하기도 엄청 친절하고 한국말도 곧잘하고, 도동이는 헤어질는게 아쉽게 느껴질만큼 참 따뜻한 사람이였습니다.
점심은 금강산이라는 한국식당에서 푸짐히 먹었습니다. 김치찌게도 맛있고 감자볶음이며 한국반찬들을 맛있게 장만했더군요. 그리곤 코코넛 열매를 파서 그안에 우유같은 거랑 과일이랑 넣은 것까지 후식으로 배불리 먹고 그때부터의 일정은 시작이였습니다.
먼저 버그카를 탔습니다. 놀이동산에 가면 타는 차있죠(이름이 뭐드라^^;) 비슷하게 생긴걸 타고 산으로 올라가 보라카이 전체를 둘러 보았습니다. 위에서 보는 보라카이는 너무너무 이뻤습니다. 파란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와 곳곳의 초록 야자수 나무들과 푸른 숲들.
일행 모두 감탄의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실제 시간 지나고 보니 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버그카 여행은 애초 천생연분 옵션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현지 가이드에게 바로 돈을 주고 저희가 선택한 관광이였거든요.
오후엔 코코넛 오일 맛사지를 받았습니다. 천막을 쳐놓고 아줌마들끼리 쫙 대기하고 있습니다. 우린 판때기에 누워 아줌마들의 거친 손을 느끼며 간단한 맛사지를 받습니다. 기본 옵션에 포함되어 있는 거라 가격이 비싸지 않을꺼라 생각 했었는데 역시나였습니다. 좋다는 느낌을 받을 새도 없이 간단히 주물럭 주물럭 하더니깐 끝났습니다.
그리곤 선세일링 보트를 탔습니다. 해질녁의 바다는 오전의 풍경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해가 저무는 노을진 주황색 바다를 향해 바람을 타고 전진하는 보트에서 타이타닉 광경을 연출했습니다. 심신이 참 편안하다는 느낌이였습니다. 그날 저녁은 간단한 뷔페였습니다. 그리 맛있다고는 할수 없는.
밤늦게 진주 맛사지를 받았습니다. 아로마 향이 깊은, 중국 티벳에서 나올법한 음악을 틀어놓은 고급스런 곳에서 신랑과 나 둘이서만 누워 깊이 존중받는 기분으로 왕과 왕비가 된것같은 기분으로 진주 맛사지를 받았습니다. 나이 어린 맛사지사들이였는데 얼마나 시원하게 잘하든지 잠이 절로 왔습니다.
화이트비치, 하얗고 부드러운 모래를 맨발로 밟으며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셋째날은 해양스포츠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침인데도 태양은 정말 너무 강열했습니다. 온 몸이 뜨겁게 달궈졌지만 이런 햇빛도 보라카이니깐 다 받아들여졌습니다. 스킨스쿠버 옷을 갈아입고 간단한 교육을 받은 후 바다로 뛰어 들어가 바닷속 물고기들을 만났습니다. 바다밑으로 들어갈수록 산소가 부족해 귀가 멍멍하고 터질것같았지만 꾹 참았습니다. 잠시만 참으면 적응이 되서 견딜만 했습니다. 물고기들을 실컷 보고 올라와 건져온 불가사리를 잡고 사진을 찍고서는 다음으론 줄낚시를 했습니다. 물통에 낚시줄을 달아 만든 낚시대를 밑으로 던져 형형색색 열대어를 낚습니다. 걸어올려온 물고기들은 하나같이 어쩜 그리 이쁜지. 난 한마리밖에 낚지 못했지만 다른 일행들은 모두 실적이 좋았습니다. 우리 신랑은 배멀미가 시작되서 낚시하다가 말고 뱃머리에 드러누웠습니다. 이후 스노콜링을 했습니다. 이것도 바닷속 스포츠로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안에서 노는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신랑신부 같이 즐기는데 배멀미로 뻗은 우리 신랑은 꿈쩍도 안합니다. 결국 난 가이드 도동이 손을 잡고 바다 구경을 했는데 도동이가 날위해 성게도 보여주고 불가사리도 잡아주고 더 재미있게 놀아주었습니다.
점심 시간이 되어 신선한 해산물이 차려져 있는 식당으로 갔습니다. 근데 저도 그곳에서 참지 못하고 육지에 도착하자마자 멀미를 했습니다. 작은 통통배에서 모든게 이뤄지는 일정이라 속이 좋지 않았습니다. 맛있는 게도, 대빵큰 새우도 많이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신랑도 저도 속이 안좋아 오후에 제트스키랑 바나나보트 같은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천생연분에 전화를 걸어 저희 일정을 대체할 만한 것을 부탁했습니다. 비슷한 가격으로 출장 맛사지를 불러주겠노라 하더군요. 더이상 배를 타지 않아도 된다는 행복감에 저희는 탈탈탈탈 개조 오토바이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 맛사지사가 올때까지 한숨 잤습니다. 두명의 출장 맛사지는 머리털에서 발끝까지 완벽하게 꼼꼼히 맛사지 해주었습니다. 어제의 비싼 진주 맛사지도 좋았지만 오늘의 맛사지도 괜찮았습니다. 그리곤 해변으로 헤나타 투 문신을 하러 갔습니다. 신랑은 어깨 뒤로 독수리 모양의 문신을, 나는 어깨 앞으로 나비 모양을 새겼습니다. 조금은 특별한 기분이였습니다. 맛사지를 받는데 사람들이 우리를 구경을 합니다. 보라카이 섬은 땅이 척박해서 농
보라카이 신혼여행기 11,829
- 글쓴이
- 김*주
- 작성일
- 2008.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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